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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주고 광고하는데 기사는 딴소리?’
삼성전자가 미국의 주요 매체에 대대적인 전면광고를 하고 있지만 정작 해당 신문에서는 관련 제품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사가 실려 돈만 낭비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삼성전자는 7일과 8일(이하 현지시간) 양일간에 걸쳐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뉴욕타임스 등 미국의 주요 매체에 HD(고화질) TV 전면광고를 잇따라 싣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했다.
최근 라스베거스에서 개막된 세계최대의 가전제품쇼인 ‘2008 CES’에 맞춘 삼성전자의 의욕적인 행보는 그러나 해당 신문에 관련 제품들의 장단점을 솔직히(?) 지적하는 기사가 실려 모양이 우스워졌다.
삼성은 평소 광고를 거의 싣지 않았던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에 7일 HD TV를 대대적으로 선전하는 컬러 광고를 실었다. 특히 저널은 8쪽의 HD TV 광고섹션이 발행된 가운데 4개의 전면광고중 두개를 삼성이 차지하는 등 이례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튿날에도 삼성은 저널 A섹션 9면에 또하나의 컬러전면광고를 선보였다. 전날에는 플라즈마 TV광고였고 이날은 LCD 평면TV 광고였지만 HD TV의 장점인 선명한 화질을 강조하는 컨셉은 같았다.
문제는 이날 저널에 B섹션 1면과 2면에 걸쳐 HD TV의 장단점을 분석하는 기사가 실렸다는 사실이다. 물론 삼성 제품만을 겨냥한 것은 아니었지만 HD TV의 장점을 부각하며 홍보에 열 올린 삼성으로선 낭패스런 일이었다.
저널은 최근 급격히 판매가 신장되는 LCD TV가 빠르게 움직이는 스포츠에서는 화면의 번짐현상(Blurring)이 심하다면서 관련 업체들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기존의 브라운관 TV에서는 선명한 야구 경기화면이 LCD TV에선 심하게 번져버린 장면을 비교하는 사진을 게재, LCD TV의 문제점을 상대적으로 부각시켰다.
저널은 플라즈마 TV의 경우 번짐현상은 없지만 밝은 곳에선 빛의 반사로 제대로 시청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프로젝션 TV는 부드럽고 필름같은 화질과 큰 화면이 장점이지만 시청의 각도가 제한되는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은 플라즈마 TV광고에서 ‘앤티 글레어 필터(Anti-glare Filter)’가 있어 밝은 곳에서도 시청할 수 있다고 선전했지만 저널은 이같은 내용을 언급하지 않았다.
저널은 팬실베니아에 거주하는 그렉 매티씨의 경우 밝은 방에서 TV를 보려고 최근 삼성의 46인치 LCD TV를 구입했지만 “움직이는 동작에서 번짐현상때문에 당황했다. 특히 스포츠 중계시 카메라가 화면을 클로즈업할 때 심하다”는 언급을 소개하기도 했다.
결국 고화질을 특별히 강조한 삼성의 광고가 사실은 정지됐거나 느린 동작에서나 보장될뿐 스포츠의 역동적인 장면은 무용지물이라는 사실을 해당 신문이 친절하게 안내한 셈이다. 특히 저널의 기사는 다가오는 슈퍼볼의 LCD TV 특수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마저 우려되고 있다.
뉴저지에 사는 정진선씨는 “모처럼 미 주류매체에 삼성 광고가 크게 실려 반가웠는데 찬물을 끼얹는 기사가 왜 나왔는지 모르겠다. 광고를 안하느니만 못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노창현특파원 robi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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